떨린 마음으로 혼자 비행기를 타고 파리 공항에 도착한 게 엊그제 같은데 무려 7개월이 지났다.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는 프랑스에서의 첫 캠프! 독일, 코스타리카, 콜롬비아, 온두라스, 볼리비아 등 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친구 8명이 모였다.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에다가 좋지 않은 영어 실력 때문에 많은 걱정을 했었는데 아시아인이 나 한명인 덕분에 많은 배려와 관심을 받으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10일 동안 합숙하였는데 오전에는 불어수업을 받고, 오후에는 봉사활동과 사회문제와 관련된 주제로 토론을 많이 했다. 그리고 저녁마다 7개국 친구들이 돌아가면서 자기 나라에 대해 소개하고, 음식을 준비하여 가치 나눠먹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고, 의외로 비슷한 공통점들 또한 많아서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해서 소개하는 날 비빔밥을 만들었는데 친구들이 ‘Beautiful!!‘을 외치며 감탄하는 모습을 보고 항상 접할 수 있어서 소중함을 몰랐던 우리나라 음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뿌듯했다.

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난 후 우리나라 동영상을 보여주며 문화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하였다. 그런데 외국친구들이 우리나라 태극기 모서리 4괘 모양의 의미와 역사 등 예상치 못한 세세한 질문을 하는데,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까지 우리나라 역사에 무관심했던 나의 모습에 많은 반성을 하였다. 그리고 가장 많이 질문 받았던 것은 북한에 대해서였다. 사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머리 속에 박혀 있기는 하지만 내 나이또래 친구들은 통일에 대한 간절함이 윗세대에 비해서 떨어진다. 물론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생활하면서 항상 북한에 대한 많은 질문을 받고 난 후에 북한과 우리나라에 관계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현재 내가 봉사활동 하고 있는 곳은 중고 물품을 파는 ‘Emmaus’ 라는 곳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물건 중 쓸 만한 것을 골라서 다시 파는 것 이다. 물건을 파는 수익금은 현재 여기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의 월급으로 돌아간다. 여기 직원들은 대부분 알코올중독자, 사회부적응자, 집이 없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러한 말을 듣고 많은 걱정을 하였다. 하지만 정말 성실하게 일하는 이들을 보면서 전에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진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17살, 한참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과 놀 시기에 어려운 집안 사정으로 먼 루마니아에서 건너와 일을 하는 친구를 보면서 어려움 없이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해주신 나의 부모님께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곳에서 하는 일은 처음 3개월 동안은 주방에서 일을 도왔다. 내 전공을 살릴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이후에 불어를 배우기에는 사람들과 많이 대화 할 수 있는 샵이 나을 것 같아 이곳으로 옮겼다. 물건을 팔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지금도 정말 흥미롭다. 한번은 손님인 어떤 할머니께서 집까지 초대를 해주셨고, 지금 좋은 친구가 되었다.

쉬는 날을 이용하여 불어 수업을 찾던 찰나에 일 년 동안 14유로만 내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불어 선생님 한 분과 3~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오셔서 수업진행을 도와주신다. 이 모습은 나에겐 정말 인상적이었다.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온 내가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 같다. 이렇게 느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 또한 한국에 돌아가서 외국친구들에게 꼭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