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2010-2011년도 ICYE 미국으로 온 강수정이라고 합니다. 어느덧 벌써 1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미국으로 왔을 때 모든 게 낯설고 두렵기도 하고 신기했지만 어느덧 모든 계절이 지나고 출국을 2주 남짓 앞두고 있습니다.

저의 일터를 소개하자면 주로 실직이나 가정폭력으로 갈 곳이 없어진 여성과 그 자녀들 또는 해외난민(주로 아프리카, 이라크)들을 미국에 새롭게 정착시키기 위해 1년 동안 숙식을 제공하고 여러가지 프로그램 등을 지원해줍니다. 외관상 다른 여느 집들과 전혀 다르지 않으며 이 집에서 대략 12명 이 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살면서 24시간 대기 스태프가 저 포함해서 3명이고 나머지 정기적으로 오시는 봉사활동 분들이 5분정도 계십니다. 나머지는 다 여기에 살고 있는 게스트들인데 다들 아이 있는 엄마들이라 하루하루가 눈 코 뜰 새 없이 정신없습니다. 맨 처음 일터에 왔을 땐 이곳이 어린이 집인지 여성쉼터인지 구분이 안 갔을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주로 맡은 업무는 뭐라 정의 내릴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한데 사무실에서 뉴스레터 작업을 하기도 하고 주방에서 뒷정리를 하거나 화분들을 가꾸기도 합니다.

미국에 처음 와서 모든 것이 두렵고 낯설어서 처음 몇 주 동안은 울적하게 지내다 이내 곧 적응을 하게 되었는데 그 적응을 빠르게 도와준 건 놀랍게도 미국인 친구도 아닌 이라크 친구들 이었습니다. 제 일터에 이라크에서 도망 온 한 가족이 있었는데 엄마, 아빠, 큰아들, 딸 두 명 이렇게 온가족이 저를 정말 같은 식구처럼 챙겨주었습니다. 사실 그 이라크 가족이 다들 영어를 거의 못했는데 저랑 손짓발짓만으로도 다 알아듣고 생각이 통한다는 게 정말 신기했습니다. 지금 그 가족은 아빠와 큰아들이 일자리를 구해서 새로 집을 얻어 이사했습니다. 그들이 떠날 때 너무 서운해서 눈물이 핑 돌았지만 한편으로는 전혀 연고 없는 미국 땅에 와서 저렇게 잘 적응해서 정착한 게 너무 기쁘고 뿌듯했습니다.

또 이곳에서 노동절, 할로윈 크리스마스, 부활절 등등 우리나라로 치면 설날, 추석 같은 초대형 명절을 여기 스태프들과 게스트들이랑 함께했는데, 미국문화가 처음인 저에겐 무척이나 생소하고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할로윈데이 때 다 같이 얼굴에 마녀, 토끼, 호박 등등 웃긴 분장을 하고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탕을 거의 쌀 한 포대 가까이 얻어오곤 했습니다. 한국같이 명절 때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그 기념일을 기억하고 즐기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미국은 집집마다 바비큐 그릴이 있어서 날씨가 좋을 땐 바깥에서 종종 바비큐 파티를 했는데 보통 미국의 바비큐 파티 주 메뉴는 핫도그와 햄버거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에 음식이 햄버거 핫도그 피자 이런 것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샐러드만 해도 드레싱이 수십 여 종이 넘고 단순히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 이런 것들도 조리방법, 굽는 방법까지 수십 가지가 넘습니다. 확실히 미국이 육식문화가 발달이 되어 있더군요. 그러나 해물요리는 극히 드물어서 스시 집을 찾아가는 것 외에는 해물요리를 맛볼 기회가 거의 없었습니다. 문득 우리나라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어디선가 이곳 신시내티가 인종차별이 가장 심하다고 들었는데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확실히 흑인은 흑인들끼리 모여 살고 백인은 백인들끼리 모여 사는 것을 보고 참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있는 인종차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서쪽은 흑인동네 동쪽은 백인동네 이렇게 나눠져 있고 아시아인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이 동네의 유일한 아시아인이기 때문이니까요.

미국에서의 여행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이곳에서 사귄 몇몇의 한국인 유학생 친구들과 함께 시카고와 LA를 다녀왔습니다. 시카고는 정말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초고층 빌딩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고 사람들은 무지 바쁘게 움직이고 제가 갔을 때가 크리스마스 시즌 이었는데 모든 빌딩들과 길거리를 온갖 조명과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꾸며놓아 정말 잊을 수 없이 아름답고 웅장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추워서 고생을 좀 했던 시카고와는 달리 LA는 그 자체로 정말 환상적인 낙원 파라다이스라고 이름 붙여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1년 내내 맑고 화창한 날씨에 아름다운 해변 예쁘고 고급스런 주택들과 오픈카들이 제 마음을 설레게 했습니다. LA에 살고 있는 친구를 불러내서 산타바바라에서 말리부해변까지 해안도로를 타고 달렸는데 아직도 그 바람과 노을 지는 해변의 아름다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다음날은 바로 말로만 듣던 디즈니랜드를 가게 되었는데 너무 커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돌아다녔는데도 모자랐습니다. 디즈니랜드가 어린이들 위주라 놀이기구는 좀 시시했지만 그래도 볼거리를 참 다양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 미국왔을 때 1년이 언제 지나가나 했었는데 벌써 2주 후면 한국을 들어갑니다 아쉬움이 한 가득 이지만 부모님과 친구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하루하루가 설레기만 합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미국에 와서 전역을 여행 할 것입니다. 저의 좌충우돌 미국 생활은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미국오길 백 번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문화, 음식, 사람을 겪어 보는 건 언제나 흥미 진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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