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 ICYE 프로그램에 지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일 년이 지났다. 처음에는 단순히 정말 외국에 나가고 싶었고, 시간이 지나서 한국에서 지내는 마지막 한 두 달 동안은 ‘이 편한 한국을 놔두고 왜 외국에 나간다고 했을까’라는 후회도 수백 번 했다. 그러나 어찌됐든 나는 지금 영국에 있고 여기서 지낸 지도 6개월이 되었다.

나는 영국의 남동부, 런던을 기준으로는 남서부에 있는 Hampshire 지방의 Treloar’s college에서 일하고 있다. 이 학교는 16~19세의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설립되었고, 뇌성마비와 근 위축증을 가진 장애인 학생들이 주를 이룬다. 학생들은 대부분 집이 멀어 통학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학교에는 기숙사와 식당이 갖춰져 있고, 학생들의 생활에 어려운 점은 Caring 스텝들이 도맡는다. 각 반에는 5~6명의 학생과 1명의 담임교사, 2~3명의 보조교사가 있고, 학생들이 배우는 과목은 의사소통 기술, 원예, 직물, 아트, 요리 등 다양하다. 또 학교에는 테라피스트와 간호사가 있어 학생들의 몸을 관리해준다.

나는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돕는 보조교사로 일한다. 나는 원예, IT, 요리, 스포츠 등의 수업에서 학생들을 돕는데, 원예수업에서는 온실 안에 있는 학생들의 작은 정원을 가꾸는 것, 예를 들면 물을 주거나 씨앗을 심는 것을 도와준다. 또한 나는 학생들이 기른 식물을 학교 안에서 스텝 등에게 방문 판매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학생들의 돈 계산 능력과 비즈니스 능력을 기르는 것을 도와주는 일을 한다. 이렇게 학생들을 열심히 도와주다 보면 어느새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방학이 된다. 방학 때는 모아두었던 월급으로 해외여행을 할 수도 있는데, 지난 방학에 나는 아일랜드∙스페인∙포르투갈로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그 나라를 여행하고 그 나라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와 그 사람들의 생각과 또 그 나라의 대표 상징물을 알 수 있는, 나에게는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아일랜드와 스페인∙포르투갈 여행은, 비록 몇 개 안 되는 나라지만, 해외여행을 온전히 우리 힘으로 다녀왔다는 것 만으로 소심했던 나에게 큰 자신감을 준 여행이었다.

여행 후의 피로와 학교 생활의 피로를 씻어 줄 나의 방은 학생들 기숙사의 2층에 있다. 학생들의 방에는 침대와 몇 가지의 가구만 있지만, 각 자원봉사자들의 방에는 부엌, 화장실, 가구가 모두 갖추어져 있어 생활하기 편리하다.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식사도 제공해 주기 때문에 요리를 하지 않아 편하고, 포크∙나이프를 매 식사 때마다 사용하기 때문에 포크∙나이프 질에 익숙해질 수 있어 좋다. 또한 한국에서는 먹어보지 못했던 영국의 전형적인 음식을 먹어볼 수 있어 잠시나마 영국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 학교에는 나 외에도 내 또래의 자원봉사자가 몇 명 더 있는데, 미국언니, 대만언니, 영국언니, 독일여자아이, 덴마크여자아이, 나 이렇게 총 6명이 같이 일하고 있다. 영국언니는 테라피스트 보조로 일하고 있고, 영국언니를 제외한 우리는 각각 다른 반에서 보조교사로 일한다. 우리는 학생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모두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그 어려움을 공감하고 같이 해결책을 찾아 나갈 수 있기 때문에 동료 자원봉사자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큰 위로가 되는 것 같다.

영국에서의 생활도 이제 6개월이 지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6개월 동안 기쁜 일도 많았고 슬픈 일도 많았다. 맛있는 영국의 음식을 먹을 수 있어 좋았고 엄마가 해주는 따신 밥이 그립기도 했다. 영국에서 이렇게 계속 살고 싶다는 생각도 했고 밤하늘에 비행기를 보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여행 계획을 짜면서 한 참 신이 나다가도 여행경비를 계산하면서 울상을 짓기도 했다. 영어가 늘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 기뻤고,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영어로 속 시원히 표현 할 수 없어 답답했다. 앞으로 남은 영국에서의 6개월도 이렇게 울고 웃는 생활을 하겠지만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6개월 뒤에는 좀 더 성숙하고 성장한 모습의 내 자신을 발견하길 나는 바란다.